미합중국: 독립을 향한 길 (1)

이 새로운 카테고리에는 현재 우리 시대의 현상과 굳이 관련되어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 포스트는 연재 시리즈의 첫 글로 하려 하는데요, 지인들 한테도 물어보고 저도 열심히 짱구를 굴려본 결과, 주제는 우리 한국인에게 그리 익숙치 않은 미국의 독립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짝짝짝!!

연재 첫 글인 여기서는 미국이 어떻게 처음 개척이 되었는지를 알아보려 합니다.

미합중국: 독립을 향한 길(1)

미국은 처음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시작했습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에스파냐과 포르투갈이 남미와 카리브해 연안을 장악하자 후발주자였던 프랑스와 영국은 북미 대륙으로 눈을 돌렸거든요.

(18세기, 그러니까 콜럼버스의 발견으로부터 200년 후의 양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지도입니다. 보시다시피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남미를 나눠 먹고 멕시코와 미국 서부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죠? 분홍색은 영국이고 연두색은 프랑스 되시겠습니다.)

도대체 영국과 프랑스는 15세기에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승승장구하고 있을 동안 뭘 하고 있었을까요? 프랑스는 위그노(프랑스의 프로테스탄트(신교) 세력) 전쟁으로 왕권이 약화되어 있어 바깥에 신경 쓸 틈이 없었고, 영국에서는 헨리 8세가 교황과 치고 받고 싸우며 국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죠. 한마디로 둘 다 집안 싸움에 남들이 뭘하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입니다.

(위그노 전쟁을 위그노 편에 서서 승리로 이끌고 막판에 가톨릭으로 개종한 선량왕 앙리 4세입니다. 이 출중한 사람이 혼란을 수습하지 못했다면 프랑스의 절대왕정이고 나발이고 없었을 겁니다. )

그 반면에, 에스파냐는 1492년에 700년 가량을 이어오던 에스파냐 남부의 이슬람 세력에 대한 레콩키스타(Reconquista:재정복)를 끝마쳤고, 아라곤의 왕 페르난도와 카스티야의 여왕 이사벨의 결혼으로 사기가 찌를 듯 했습니다. 이 넘치는 에너지를 대항해시대의 탐험가들에게 퍼부은 거죠. 에스파냐에게는 실로 꿈망과 흼, 아니 희망과 꿈의 시대였을 겁니다.

(저기 위에서 노란색과 주홍색의 기독교 세력이 연두색의 이슬람 세력을 밀고 내려 오는 것이 보이시죠? 1492년 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이슬람 최후의 보루 그라나다 왕국이 함락되며 스페인의 기나긴 독립전쟁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포르투갈은 자기대로 또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해상 무역이라 함은 역시 지중해 무역이었는데, 이는 이탈리아의 무역제국 베네치아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이미 자신들의 상권을 구축해놓았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동방에서 들어오는 무역에 관세를 매기며 굉장한 이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봤을지도 모르지만, 포르투갈은 차라리 개뿔도 모르는 지중해 무역에 코를 들이밀기 보다는 바다로 나가 인도에서 직접 물품을 수입하는 틈새시장을 노리기로 합니다.

(당시 지중해 세계에서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는 베네치아의 영역과 무역로입니다. 붉은색이 베네치아고, 초록색이 오스만 투르크 되시겠습니다. 지중해 무역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이 둘은 두 세기 동안 서로 치고 받고 싸우다가 쇠락하게 됩니다.)

지금 제 마음같아서는 ‘이러이러한 배경으로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었고 양 미대륙에서 유럽열강들의 식민지 개척이 시작됩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영국이 북미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588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시대 때 벌어진 에스파냐의 무적함대 아르마다의 패배 되시겠습니다. 헨리 8세가 다행히 자신이 죽기 전 왕권을 강화시키고 종교문제를 안정시키려 힘써준 덕분에 그의 딸 엘리자베스 1세는 비교적 강한 힘을 보일 수 있었는데, 이 승리로 영국은 에스파냐를 누르고 대서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티켓을 얻게 됩니다.

(아버지의 영광만 믿고 영국 런던을 컨트롤로 폭탄드랍하려다가 크게 말아먹은 펠리페 2세의 무적함대 아르마다의 패배. 우리나라에서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영향으로 영국의 함포가 에스파냐의 것보다 좋아서 이겼네 하는 소리가 있지만 사실 영국과 에스파냐 둘 다 함포는 독일제 수입산이었습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예측하지 못한 풍향의 변경과 화공이었습니다. 적벽대전 같네요.)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도버 해협에서 영국의 해적 출신 드레이크 경에게 깨진 아르마다는 스코틀랜드를 돌아서 에스파냐로 돌아가려 합니다. 문제는 오는 길에 태풍을 두 번이나 맞아 전멸했다는 거죠.)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이 강대국이었을 때부터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탐사선을 신대륙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월터 롤리 경 되시겠습니다. 그는 헨리 8세의 명으로 신대륙을 찾다가 실종된 이복 형의 뒤를 따라 엘리자베스 여왕의 칙령을 받습니다.

현재 버지니아를 직접 발견했지만, 형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까 내심 겁이 났던 그는 존 화이트라는 탐험가를 고용해 자신 대신에 로어노크라는 섬에 식민지를 건설하라고 120명의 남녀를 딸려 보냅니다. 로어노크에 도착해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어느 정도 자급자족을 하는 데 성공한 존 화이트는 영국으로 돌아가 추가 물자를 받아오기로 합니다. 문제는 하필 그해가 1587년이라 전 영국이 에스파냐와의 전쟁을 준비 중이어서, 그의 배 또한 징발당했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3년이란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마침내 존 화이트가 로어노크 식민지로 돌아왔을 때, 식민지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었고, 나무에 칼로 ‘크로아토안’이라고 쓰인 것 외에는 별다른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로어노크 식민지는 잃어버린 식민지라고 불리게 되었고, 식민지인들이 홀연히 사라진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나무에 새겨진 ‘크로아토안’을 살펴보고 있는 존 화이트 일행. 사실 존 화이트는 떠나기 전 식민지 인들에게 혹시 떠나게 되면 잘보이게 표시를 하고 강제로 떠난다면 십자가를 남겨놓으라고 했지만, 로어노크 어디에도 십자가 표식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영국의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1607년 제임스 1세 시대에 버지니아 주식회사가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성취해냈습니다. 바로 현재 미국의 시초가 되는 제임스타운의 건설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낭만적인 신세계의 건국 뭐 그런 건 전혀 아니었고, 장정 수십 명이 배타고 와서 울타리와 오두막 몇 개 뚝딱뚝딱 지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생계 수단도 정해놓지 않고 금을 찾으러 돌아다녔죠.

(정말 별 볼일 없던 기지 제임스타운입니다. 저렇게 방벽을 쌓아 놓고 원주민들이 쳐들어오면 배를 타고 튀려는 심산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이 제임스타운이 영구적으로 운영될 계획이 아니었어서 여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자체 인구 증가가 불가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버지니아 주의 동해안과 같은 늪지대에 금광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끝끝내 금을 찾다 지친 장정들은 배의 물자 또한 동이나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배는 고픈데 음식은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훔쳐야지. 이들은 인근 원주민 부족들을 습격하기 시작해 생존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던 이주자들에게 화가 단단히 나 있던 원주민들은 이들을 한번 크게 치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만, 용맹한 리더 존 스미스 선장의 도착으로 실패합니다. 그는 정말 말도 안되는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던 제임스타운 주민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원주민 부족에 맞서 싸워 이깁니다. 선장의 지도에 힘입어 제임스타운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죠.

(버지니아를 살린 존 스미스 선장.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제임스타운, 나아가 지금의 미국은 굉장히 다른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확장된 제임스타운의 모습입니다. 원래는 없던 경작지가 생겼고, 제대로 된 부두가 건설되었습니다.)

이 쯤에서 포카혼타스와 존 롤프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겠습니다만,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를 다른 연재 글에 묻는 건 영 아닌 것 같아 스킵하도록 하고, 나중에 따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원주민 부족 포우하탄 족이 존 스미스를 잡아갔는데, 이를 풀어준 것이 바로 족장의 딸 포카혼타스였답니다. 사실 이건 포우하탄 족이 짜고 친 고스톱이었는데, 이주자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족장이 겁을 준 거 였습니다. 아무튼 여차저차하여 포카혼타스는 존 롤프라는 이주민과 결혼하게 됩니다.

(디즈니가 리메이크해 대박 친 포카혼타스. 1편에서는 존 스미스와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2편에서는 뜬금없이 존 롤프와 결혼하게 됩니다. 어렸던 제게는 굉장히 아스트랄한 전개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원주민의 협력 덕분에 이주민들은 담배를 재배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제임스타운의 가치는 곧 폭발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제임스타운은 곧 담배 재배지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데, 20년만에 그 수치가 100배 이상 상승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바로 재배한 작물이 하필 담배였다는 것이 있겠는데요, 담배는 양분을 굉장히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쉽게 땅을 황폐화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무대뽀 이주민들은 어떻게 하였느냐? 그냥 서쪽으로 계속 뻗어나갔습니다. 이 땅이 쓸모없어지면 저 땅을 쓰고 저 것도 못 쓰게 되면 더 서쪽의 땅을 쓰는 식으로 말입니다. 결국 애초에 그들에게 담배를 소개한 포우하탄 족과 충돌해 그들을 몰아내게 되지요.

이렇게 신대륙의 가능성이 입증되자 다른 북미 식민지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이미 북쪽 멀리 매사추세츠에는 1620년 청교도 분리주의자들이 그 유명한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플리머스 항구에 도착해 자신들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답니다.

미국의 독립을 주제로 한다면서 너무 옛날 이야기를 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어느 역사나 다 그렇듯이 이 모든 것이 나중에 아귀가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다음 글에는 메릴랜드, 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나머지 남부식민지들과 매사추세츠를 비롯한 북부식민지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식민지 블로그: Kyliahistori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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